- 지원에서 자립으로, 사람을 남기는 협력 사업 추진

영주시 농가에 들어온 필리핀 계절근로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작업을 설명하기도 전에 먼저 움직이고, 낯선 환경에서도 망설임이 적어졌다. 현장에서는 “함께 일하는 진짜 파트너를 만난 느낌”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경북 영주시가 기존 공적개발원조(ODA)방식을 정면으로 흔들고 있다. 기존의 물자를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람의 역량을 먼저 키우는 새로운 국제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핵심은 분명하다. ‘지원’이 아닌 ‘자립’, 그리고 ‘사업’이 아닌 ‘사람’이다.
영주시는 경상북도 새마을재단, 필리핀 로살레스시(국제우호교류도시)와 함께 ‘문화·디지털 새마을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계절근로자들이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어와 문화, 농작업 기초 교육을 선행한 후에 국내 농가에 투입하는 구조로, 기존 외국인 근로자 운영 방식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 사업의 현장성을 확인하기 위해 영주시와 새마을회, 경상북도 새마을재단 관계자들은 최근 필리핀 로살레스시를 직접 방문해 교육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현장에서는 교육에 참여한 예비 계절근로자들을 격려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관계자들은 교육에 성실히 임하고 있는 교육생들을 응원하며, 이들이 향후 한국 농가에서 핵심 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날 교육 성과가 우수한 교육생 7명에 대한 시상도 함께 진행됐다. 특히 단 한마디의 한국어도 알지 못했던 상태에서 교육에 참여해 짧은 기간 동안 눈에 띄는 실력 향상을 이룬 교육생이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현장에서는 큰 박수가 이어졌다.
이는 단순한 사전 교육을 넘어,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협력 모델이 효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교육수료생 Lito Apor Jr은 “이번에 처음으로 영주시 계절근로자로 참여하게되어 걱정이 앞섰지만, 영주시에서 마련해준 이번 한국어 교육과 농업기술교육이 현장 적응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해 준 데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사업의 성과는 현장에서 바로 나타났다. 입국 초기 적응에 소요되던 시간은 크게 줄었고, 반복적으로 제기되던 의사소통 문제와 작업 미숙 문제도 크게 완화됐다. 농가의 반응 역시 달라지면서 “보조 인력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훌륭한 파트너”라는 평가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규모 또한 주목할 만하다. 영주시는 올해 상반기 300여 명의 로살레스시 근로자를 대상으로 사전 교육을 실시했다. 1차 160명이 교육을 마치고 3월 초부터 순차적으로 농가에 투입됐으며, 25일부터는 151명이 추가 교육을 받는다. 단일 지자체가 해외 협력도시 인력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사전 교육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는 드물다.
문화‧디지털 새마을 사업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노동력 공급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영주시는 하반기 중 로살레스시에 컴퓨터 교실을 구축해 연간 수백 명의 주민과 청소년에게 디지털 교육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정보 접근 격차를 줄이고, 지역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다.
문화 교류도 함께 추진된다. 새마을운동 및 태권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어린이들이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두 지역 간 정서적 연결을 강화하는 과정도 포함된다. 기술과 문화를 결합한 ‘확장형 새마을’ 모델이다.
국가별 맞춤 전략도 눈에 띈다. 라오스에서는 농업 중심의 소득 증대형 사업을 추진한 반면, 필리핀에서는 문화와 디지털을 결합한 발전형 모델을 적용했다. 같은 새마을운동이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영주시가 계절근로자의 정착을 돕는 것을 넘어, 현지 주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교육 중심의 협력 프로젝트 방식을 선택하게 된 것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영주시는 그 답을 물자가 아닌 사람의 역량에서 찾았다. 일회성 지원이 아닌,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권명옥 영주시 새마을봉사과장은 “이번 사업은 단순한 인력 운영이 아니라, 현지의 삶을 바꾸는 교육 중심 협력 모델”이라며 “글로벌 새마을운동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원조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그다음 단계, ‘함께 성장하고 상생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 영주시가 그 변화의 방향을 먼저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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