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명도 위로가 된다… 공직자 교육으로 바꿔낸 민원의 언어

이현재 하남시장은 행정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달랐다. 민원을 단순한 요청이 아닌, 시민의 삶에 먼저 다가가야 할 ‘공감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는 행정의 속도만큼이나, 어떻게 응답하느냐의 ‘태도’를 중요하게 여겼다.
하남시는 민원행정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꿨다. 단순히 민원을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의 언어로 설명하고, 불편을 헤아리며, 현장에서 바로 답을 찾는 시스템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말투 하나, 설명 한마디에도 공감을 담고, 이동이 불편한 시민을 위해 ‘현장’을 행정의 출발점으로 삼은 행정. 시청에 가지 않아도, 여러 부서를 전전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민원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구조. 하남시는 그렇게 행정의 중심을 ‘사람’으로 옮겼다.
‘문제를 피하지 않는 책임 행정’, ‘모든 과정에 사람이 중심이 되는 행정’, 그리고 ‘시민의 언어로 설명하는 행정’. 하남시가 실현하는 민원행정은 제도가 아니라 철학의 실천이다.
민원은 소통이다…공연으로 배우는 ‘설명력도 친절역량’
단 한 마디의 설명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벽이 된다. 하남시는 이러한 ‘언어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민원 응대의 본질부터 되짚는 교육을 마련했다. 지난 4월, 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민원인의 마음으로 봅니다!’교육은 공연과 강연이 어우러지는 드라마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교육은 단순한 지침 전달이 아닌, 실제 민원 상황을 연극으로 생생히 재현해 공직자들이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주차 단속에 항의하는 시민, 전화를 반복하는 어르신, 서류를 이해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민원인 등 다섯 편의 에피소드는 현장의 민원 대응이 단순 기술이 아닌 공감의 영역임을 실감케 했다.
특히 ‘할아버지와 콜센터’에피소드에서는, 반복되는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르신과 콜센터 직원 간의 대화가 소개되며 “설명력도 친절역량”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짧은 드라마였지만, 공직자들에게는 한 번 더 ‘시민의 입장에서 말하는 법’을 돌아보게 한 시간이었다.
“복합민원도 한 자리에서”… 민원코디네이터와 팀장 책임상담제
“이건 저희 부서 업무가 아닙니다”라는 말은 시민에게 좌절감을 안긴다. 하남시는 이런 ‘핑퐁 행정’을 끊기 위해, 민원인이 한 자리에서 모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주목할 제도는 ‘민원코디네이터’다. 경력직 공무원이 민원실에 상시 배치돼 민원 내용을 1차로 파악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민원인은 여러 부서를 전전하지 않고 본인의 민원에 맞는 상담 흐름을 안내받을 수 있다.
복잡하거나 조정이 필요한 민원은 퇴직 공무원 출신 전문상담관과 연결되고, 이후에도 해결이 어려운 경우 해당 부서 팀장이 직접 민원실로 내려와 상담하는 ‘민원처리 팀장 책임상담제’가 운영된다. 현재까지 26건이 진행돼, 실질적 현장 응답 체계를 입증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주관 부서가 불분명하거나 부서 간 협의가 필요한 민원은 ‘민원처리 추진단’을 통해 조정된다. ‘민원처리 추진단’은 청렴조사팀장, 자치행정팀장 등 26명의 실무 팀장으로 구성된 협의체로, 사안별로 관련 분야 팀장이 참여해 주관 부서를 조정하고 최종 책임 부서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민원인이 여러 부서를 전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로, 지금까지 이 추진단을 통해 조정된 민원은 19건에 달한다.
하남시는 이러한 제도 개선으로 복합민원 대응력과 신뢰도를 함께 높이고 있으며, ‘핑퐁 민원’을 줄이기 위한 현장 중심 행정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시청까지 오지 않아도 됩니다”… 화상민원 상담 전면 도입
거리와 시간은 때때로 민원의 가장 큰 장벽이 된다. 특히 고령자나 거동이 불편한 시민에겐 ‘민원실 방문’자체가 큰 부담이다. 하남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4개 전 동 행정복지센터에 ‘화상민원 상담 시스템’을 전면 도입했다.
이제 시민은 동 행정복지센터에만 가면 시청 담당자와 실시간 화상으로 연결돼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시는 이 시스템을 One-Stop 생활민원창구, 유관기관 협의 민원, 퇴직 공무원 연계 상담 등 다양한 상황에 적용하고 있다.
화상민원은 단순히 ‘방문을 줄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가장 큰 강점은 여러 부서가 동시에 접속해 민원 내용을 듣고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위례동 행정복지센터에선 한 시민이 5건의 생활민원을 제기했고, 이에 공원녹지과·교통정책과 등 4개 팀이 동시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응답했다. 시민은 단 한 번의 설명만으로 종합적인 해결방향을 안내받을 수 있었다. 하남시는 하반기부터 ▲사전예약제 도입 ▲상담 대기시간 단축 ▲동 센터 내 안내 강화 등을 통해 시스템의 접근성과 체감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민원은 시스템이 아닌 철학… ‘응답하는 행정’으로의 전환
올해 3월, 하남시는 하남경찰서·하남소방서·광주하남교육지원청 등 유관기관과 협약을 체결하고 전용 핫라인과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기관 간 협력이 필요한 복합민원에 보다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으며, 시민에게는 종합적인 해결 방향을 안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러한 협업 기반은 화상민원 상담 시스템과 결합해 성과로 이어졌다. 이달 15일 덕풍3동에서 주취자, 청소년 비행, 야간소음 등 복합민원이 접수되자 하남경찰서 덕풍지구대·범죄예방계, 시청 정보통신과·자치행정과가 화상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경찰은 해당 지역 순찰과 단속을 강화하고, 자치행정과는 자율방범대 덕3지대에 해당 구역 순찰 강화를 요청 하기로 했다. 정보통신과는 추가 CCTV 설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예방 대책을 제시했다. 기관별 역할과 대응 방향은 즉시 민원인에게 안내됐으며,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신속한 설명과 조치를 받을 수 있어 시민 만족도도 높았다.
유관기관이 실시간으로 연결돼 민원을 함께 듣고 현장에서 바로 대응 방향을 도출한 이번 사례는 ‘응답하는 행정’이 구호를 넘어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라는 시정 철학은 이제 하남시 민원행정의 뿌리로 자리 잡고 있다. 행정은 책상 앞이 아니라 시민이 불편을 겪는 현장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믿음 아래, 하남시는 민원행정을 시정 운영의 중심축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하남시는 지난해 12월 민원실 환경 개선과 디지털 민원 편의 확대를 인정받아 행정안전부로부터 ‘국민행복민원실 인증기관’으로 선정됐다. 동선 재배치, 취약계층 전용 창구 운영, 태블릿 민원편람, 작은도서관 설치 등은 ‘머무르고 싶은 민원실’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전국 유일 2년 연속 대통령 표창… 민원행정의 새로운 이정표
시민 중심 민원행정은 외부 성과로도 입증되고 있다. 하남시는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공동 주관한 녨년 민원서비스 종합평가’에서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1위를 차지하며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해에 이어 전국 최초 2년 연속 수상이다.
이번 평가는 민원행정 기반, 민원처리 성과, 민원만족도 등 5개 항목에서 이뤄졌으며, 하남시는 특히 ‘시민 체감도’지표에서 9.91점 상승, 평가군 평균 대비 8.21점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코디네이터 제도, 팀장 책임상담제 등 다층적 시스템이 ‘시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줄이는 구조’로 작동한 결과이자, 하남시가 민원행정을 단지 사무가 아닌 정책의 본질로 끌어올린 상징적인 성과다.
모두가 안심하는 행정, 하남이 만든다
하남시의 민원행정은 더 이상 ‘서류 처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말투 하나에도 진심을 담고, 설명 한마디에도 공감을 더하며, 시민의 감정을 살피는 관계 중심의 행정으로 점차 확장되고 있다. 현장에서 즉시 응답할 수 있는 시스템, 여러 부서가 함께 연결되는 구조, 반복 설명 없이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세심한 설계까지. 하남시는 시민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필요한 순간에 응답하는 행정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민원은 행정의 출발점이자, 시민과 신뢰를 쌓아가는 첫걸음”이라며, “공직자의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되고, 응답의 태도가 신뢰가 되는 도시, 하남시는 앞으로도 그런 행정을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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