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 ‘대구’에서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

오픈식은 9월 22일 오후 5시에 열린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 1전시실과 어미홀에서 열리며, 회화, 조각, 판화, 드로잉, 아카이브 등 130여 점을 통해 반세기에 걸친 이강소의 예술 세계를 조망한다.
특히 2011년 개관 특별전 ‘허虛 Emptiness 11-Ⅰ-1’ 이후 14년 만에 대구미술관에서 선보이는 개인전으로 더욱 뜻깊다.
전시는 ‘곡수지유’와 ‘실험정신’을 두 축으로 한다.
곡수지유(曲水之遊)는 흐르는 물 위에 술잔을 띄우고, 잔이 지나가기 전에 시를 짓던 동양의 풍류에서 비롯된 말이다.
자연의 질서 속에서 흐르듯 사유하고, 예술을 나누는 태도는 이강소가 평생 추구해 온 예술관과 맞닿아 있다.
흐르는 물과 순간적 영감의 공간성과 시간성을 아우르는 곡수지유는 이강소의 예술에서 낙동강이라는 구체적 장소와도 이어진다.
낙동강변은 그의 실험이 시작된 현장이자 예술적 원형을 품은 장소다.
흐르는 강물과 모래사장,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밭, 그리고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한 시간이 새로운 미술을 향한 열망의 토대가 됐다.
‘실험정신’은 그의 작업을 이끈 또 하나의 원동력이다.
1965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1969년 신체제(新體制)를 결성하고, 1970년대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 에꼴드서울 등 현대미술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특히 1974년 창설한 대구현대미술제는 한국 최초의 전국적·국제적 현대미술제로, 이후 전국 각지로 현대미술제가 확산되는 출발점이 됐다.
이 시기의 실험정신은 회화·조각·판화 등 전통 매체로 이어지며 한층 심화됐다.
전시는 최근작에서 출발해 1970년대 실험미술과 이후의 확장을 따라간다.
‘청명 淸明’ (2016~) 연작은 맑은 정신세계를, ‘바람이 분다’(2022~) 연작은 청명의 기운에 화려한 색채를 더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무채색을 고수해 온 그는 “색이 나를 유혹했다”라는 고백처럼 자연스럽게 색을 받아들이며, 또 다른 국면을 열었다.
1970년대 대표작들은 한국 실험미술의 역사를 증언한다. 제9회 파리비엔날레에 출품된 ‘무제 1975-31’, 이른바 ‘닭 퍼포먼스’는 전시장 한가운데 살아 있는 닭을 매어두고, 그 흔적을 작품으로 선언한 파격적 작업이다.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의 순간을 예술로 바꾼 이 작품은 한국 실험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자, 이강소를 국제무대에 알린 계기가 됐다.
비디오 작업 ‘Painting 78-1’은 투명한 유리 위에 붓질로 화면을 채우는 과정을 담은 영상으로, 회화를 ‘완성된 결과’가 아닌 ‘그려지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한다. 인터넷은 물론 컬러텔레비전조차 보급되기 전이었던 1977년에 시도된 이 작업은 회화와 비디오를 결합하여 매체 확장의 전환을 보여준다.
중앙 섹션에서는 1980년 이후에서 오늘날까지 이강소 회화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그의 회화는 직접적인 서사를 덜어내면서도, 자연의 형세나 물의 흐름 같은 잔상을 남기며, 보는 이의 경험과 시선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진다. 멀리서 보면 고요한 산세 같다가도, 가까이 다가서면 능선이 되고, 이내 큰 비를 머금은 하늘로 변한다. 무한하게 변모하는 화면은 ‘살아 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강소 회화의 묘미가 여기에 있다.
조각 또한 1980년대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그는 서구 조각처럼 덩어리에서 형태를 조작하기보다, 자연의 질료와 기운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Becoming(되어감)’이라 명명한 이 작업은 흙, 불, 바람, 빛 같은 자연의 요소와 작가의 몸이 어우러져 탄생한다. 작가가 전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우연들이 더해지며 작품은 ‘되어진다’. 이강소는 이를 “의식과 무의식의 합작”이라 불렀다.
1전시장의 마지막에는 판화 작품과 함께 1970년대 이강소가 주도한 실험미술 운동과 대구현대미술제를 중심으로 다룬 아카이브 공간을 선보인다. 신체제,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 에꼴드서울 등의 활동과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이어진 대구현대미술제의 기록이 귀중한 자료로 되살아난다.
또한 어미홀에서는 이강소의 첫 개인전 출품작 ‘소멸’(1973)을 중심으로 갈대와 브론즈 조각이 어우러진 공간이 펼쳐진다. 창으로 스며드는 자연광과 설치가 어우러지며, 관객은 낙동강변과 현재의 미술관을 동시에 경험하고 곡수의 흐름 속에 자리한 작가의 예술을 체감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대해 이강소 작가는 “저의 작품은 제 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순간마다 관객과 만나며 새롭게 완성된다고 믿습니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이강소의 예술은 반세기 동안 이어진 실험과 확장의 여정이었다”며, “이번 전시는 그 궤적 속에서 탄생한 작품 세계를 폭넓게 선보이고, 대작들이 지닌 깊이와 울림까지 체감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다. 한 예술가가 평생에 걸쳐 탐구해 온 가능성을 조망하며, 관객 또한 그 여정에 동행해 자신만의 해석과 경험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 중 도슨트, 참여 이벤트, 교육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관람료는 성인 기준 1,000원이다. 자세한 정보는 대구미술관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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