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이 아닌 상점의 매력이 관광객을 끌어오는 사례는 이 밖에도 종종 목격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전의 성심당이다. 성심당 연간 방문객은 1천만 명으로, 지역 경제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명 ‘빵지순례’ 열풍으로 인근 식당, 카페, 숙박업소 등 연계 소비도 일어나고 있다.
일명 리단길로 불리는 상권들 역시 그 중심에는 독특한 매력을 자랑하는 상점들이 있다. MZ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품샵부터 작고 예쁜 카페, 식당들이 방문객을 끌어 모으는데 톡톡히 역할하고 있다.
시흥시에서도 지역 곳곳 야무진 상점들이 지역의 활력을 더하고 있다. 독특한 문화로, 때로는 전문성으로, 주민의 사랑방이자 방문객의 쉼터로 역할하는 작은 상점들. 이들이 만드는 골목문화는 시흥을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 골목을 힙하게, 도시를 빛나게 만드는 시흥시의 작고 특별한 상점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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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동 골목에 녹아든 스페인, 스페인삼촌
이름마저 이국적인 이곳 스페인삼촌(경기 시흥시 뱀내장터로19번길 22-1)은 와인과 스페인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2월 시흥시 대야동에 문을 열었다.
골목에 위치한 작은 가게에는 스페인 국기 가랜드와 FC바르셀로나 팀기, 각종 모임과 공연 포스터, 감각적인 유화작품들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제멋대로인 듯 일종의 규칙과 문화를 품고 있는 공간을 보고 있노라면 주인장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후니오라고 불리는 주인장은 축제와 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스페인으로 떠났다. 그렇게 시작한 스페인 생활이 8년 정도다. 한국으로 돌아오며 스페인에서 경험했던 문화와 와인, 맛있는 음식들을 나누고 싶어 함께하는 공유 공간 스페인삼촌을 만들었다.
주인장은 문화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스페인의 식당문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한다. 플라멩코를 하는 펍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마시며 자연스럽게 공연을 마주하는 공간인 ‘따블라오(tablao)’문화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스페인삼촌에서는 무엇도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공간은 색을 바꾼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와인을 마시고 음식을 나눈다. 한쪽에서는 기타공연이 열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라이브페인팅이 펼쳐진다. 그냥 앉아서 뜨개질을 하거나 사람들과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도 된다.
시흥시 대야동에 자리를 잡은 것 역시 주인장이 추구하는 ‘문화복합공간’이라는 콘셉트와 잘 맞는 곳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사람들이 오가고, 생활의 리듬이 살아있는 동네, 이곳에서 스페인의 문화를 풀어가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 스페인삼촌을 거쳐 갔지만 특히 작년 연말에 진행한 ‘뜨개하는 밤’이 기억에 가장 남는다고. 여러 명이 각자 자리에서 뜨개질을 하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던 그 고요하고도 시끄러운, 함께이기도 독립적이기도 한 시간이 이곳 스페인삼촌을 가장 잘 보여준다.
스페인삼촌의 올해 목표는 대야동 사람들이 함께하는 작은 축제를 만드는 것이다. 지역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로컬 페스티벌을 구상하고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동네 안에서 충분히 즐거운을 느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스페인에서 느꼈던 문화의 방식들을 대야동의 색깔로 풀어내는 작업을 계속 이어갈 스페인삼촌은 오늘도 대야동의 밤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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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에 담긴 로스터의 이야기 ‘서지연로스터리’
서지연로스터리(경기 시흥시 하중로136번길 24)는 그야말로 커피 하나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15년째 커피를 볶아온 서지연 로스터의 손을 통해 태어나는 원두의 향기에 이끌려 들어서면 감성 가득한 공간이 눈에 담긴다.
이곳에서는 원두 선별부터 로스팅, 브루잉 등 커피에 관한 모든 과정이 이뤄진다. 호주 골든빈 어워드 수차례 입상, 커피 분야의 한국대표 선발전, 코리아 부르어스컵 챔피언쉽 2025에서 3위를 차지한 경력만큼 탄탄한 기본기에 서지연로스터의 감성이 더해져 많은 커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SCA 큐그레이더 자격을 준비하며 서지연로스터는 ‘커핑’을 통해 원두 본연의 맛과 향을 확인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발견했다. 그 과정에서 원두 본연의 개성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풍미와 산미, 바디감, 밸런스 등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덕에 이곳에서는 커피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누구나 편하게 커피를 즐겨볼 수 있다. 서지연 로스터가 자신의 손길이 닿은 원두마다 원두의 향과 맛, 특징들을 상세히 적어 놨다. 그 친절한 언어를 통해 커피를 고르는 과정 자체도 즐거움이다.
서지연 로스터는 각자 자신의 속도로, 그리고 자신의 경험으로 커피를 느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골 자매 손님이 계신데 어느 날 용기를 내 커피가 어땠는지 여쭤봤어요. 오렌지, 자스민이라고 써둔 커피를 드시고 찔레꽃과 동백나무 열매 같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같은 커피를 마셔도 이렇게 각자 다른 장면을 떠올린다는 게 참 좋죠”
서지연로스터리는 로스터가 겪었던 커피의 경험을 나만의 경험으로 만들어 가는 공간이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봄에는 서지연로스터리에서 바리스타 추천 커피 한 잔이 주는 위로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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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애호가들의 아지트 ‘음악감상실 온’
음악은 삶의 일부다. 아니 음악은 누군가에게는 삶의 대부분이다. 대야동에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음악감상실 온(경기 시흥시 서해안로 1645)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와서 원하는 곡을 감상할 수 있는 청음 공간이다.
음악 감상에 적합한 길쭉한 형태의 공간 안, 벽면을 가득 채운 LP들과 각종 음향장비들이 안락한 느낌을 준다. 좋아하는 LPfmf 선택해 신청하고 일렬로 배치돼 있는 원목 테이블과 의자에 앉으면 어느새 음악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이곳의 주인장은 혼수 1순위로 오디오를 산 음악 애호가다. IT업계에서 일하며 그간 틈틈이 모은 오디오 시스템이 지금의 음악감상실 온을 구성하는 토대가 됐다. 물론, LP와 CD 콜렉션 역시 그의 취향이 가득 녹아있다. 처음에는 개인 청음실로 이용하려던 구상은 ‘함께’라는 의미를 더하며 음악감상실로 변모했다. 클래식부터 재즈, 팝, 록, 가요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수집한 소중한 자산들이다. 손님들이 신청한 LP들을 사 모으다 보니 지금은 범위가 더 방대해졌다.
처음 ‘온’의 문을 열 때 LP문화에 익숙한 4~50대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2~30대가 이곳을 더 많이 찾는다고. 그래서 최대한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이들이 음악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초등학생은 무료, 중ㆍ고등학생은 입장료의 반값인 5,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음악 한 곡이 갖는 힘을 주인장은 아주 잘 알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치유가, 위로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 그리고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권한다. 음악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천천히 찾아보시라고. 그리고 그 한곡이 주는 충만함에 취해보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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