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기 말 뒤르케임의 사회학적 사유방식을 현대 한국사회 자살 문제에 접목

한국사회 자살 문제와 사회학의 창시자인 에밀 뒤르케임 연구에 10년 넘게 천착해 온 사회학자 김명희 교수는, 오늘날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로 ‘자살공화국’, ‘자살국가’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한국사회가 자살에 대한 사회학적 관점의 빈곤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19세기 말 뒤르케임이 자살론에서 선보인 사회학적 사유방식을 현대 한국사회 자살 문제의 진단과 해법에 접목한다. 말하자면 한국의 역사적 맥락에서 자살론을 다시 쓰고, 한국사회 자살현상을 자살론으로 다시 읽는 작업을 통해 자살 문제가 사회정의의 문제이자 곧 인권의 문제임을 치밀하게 드러내 보인다.
이 책은 크게 3부의 편재와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의 주제는 ‘자살론의 현대적 해석’이다. 먼저 제1장 ‘자살과 통치’에서는 한국의 국가수준 자살예방정책 텍스트에 대한 비판적 담론분석을 통해 의료화와 생명정치에 포섭된 한국 자살예방정책의 한계를 면면이 짚어본다. 제2장 ‘자살의 사회학’에서는 《자살론》을 성공으로 이끈 뒤르케임의 사회과학방법론을 비판적 실재론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제3장 ‘숙명론적 자살의 수수께끼’에서는 뒤르케임의 자살유형학에서 주변화된 숙명론적 자살(fatalistic suicide) 개념이 현대 한국사회의 지리-역사적 맥락에서 발생하는 자살을 설명하는데 여전히 유의미한 개념임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이 책은 뒤르케임의 《자살론》이 이론과 방법론 모두에서 한국사회 자살 문제의 진단과 해법을 위한 대안적인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역점을 둔다.
이 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주장은 자살은 한국의 국가성의 문제와 긴밀히 맞닿아 있는 사회정의의 문제이며, 그렇기에 곧 정치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제2부 ‘자살과 정치’에서는 한국사회 자살의 역사성과 정치성을 한국 현대사의 여러 자살 초점 집단의 사례를 통해 드러내 보이는 사회학적 실증 연구를 수행한다. 먼저 ‘자살과 국가’의 관계를 다루는 제4장에서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참혹한 국가폭력이었던 5·18 자살자 사례에 대한 사회학적 심리부검을 통해 국가폭력 트라우마가 매개하는 숙명론적 자살의 작동방식을 탐색한다. 제5장 ‘자살과 가족’의 관계를 다루는 제5장에서는 5·18 자살자 유가족의 사례를 통해 가부장적 한국사회에서 남겨진 가족들이 어떻게 가족 상실의 아픔을 안고 잠재적인 자살 생존자가 되어가는지를 살펴본다. 제6장 ‘자살과 분단’에서는 분단국가의 주변부에 위치한 탈북민들의 자살 문제를 통해 전쟁정치와 신자유주의적 생명정치가 얽혀 들어가는 독특한 국면을 탐색한다.
제3부 ‘자살과 인권’에서는 오늘날 한국사회에 만연한 자살현상을 사회재난의 한 형태이자 생명권과 안전권, 연대권 등 인권의 맥락에서 재조명함으로써, 대안적인 생명정치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제7장 ‘자살과 재난’에서는 2022년 발생한 10·29 이태원 참사 159번째 희생자의 자살에 대한 인권 기반 접근을 시도한다. 제8장 ‘자살과 직업집단’은 2023년 ‘서이초 사태’로 가시화된 초등교사들의 자살 사례를 통해 직업집단의 자살 문제와 사회정치적 함의에 대한 사례연구를 진행한다. 제9장 ‘자살레짐을 넘어서’에서는 뒤르케임의 연대이론과 도덕과학을 윤리적 자연주의의 계보에서 새롭게 조명하며, 인권기반 역량 접근이 자살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정책적 해법에 도입될 필요가 있음을 밝힌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융합의 시대 요청되는 학제성의 철학을 뒤르케임의 통합적 인간과학의 기획으로 거슬러 올라가 되불러오고, 다학제적 자살연구의 가능성을 전망한다.
김명희 교수는 경상국립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사회적 치유연구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트라우마로 읽는 대한민국: 한국전쟁에서 쌍용차까지》(2014, 공저)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2016, 공저), 《통합적 인간과학의 가능성: 맑스와 뒤르케임의 실재론적 귀환》(2017), 《경남 근현대사: 사건, 공간, 운동》(2023, 공저), 《5.18 다시 쓰기》(2024, 공저), 《계몽된 상식: 비판적 실재론의 철학》(2025, 공역) 등의 저술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사회적 참사가 낳은 사회적 고통과 치유를 위한 학제간 연구에 주력해 왔다.
ⓒ 대한뉴스(KOREANEWS) & koreanews.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
경북도, 지역 음악 세계 진출 위한 ‘경주 국제 퓨어 뮤직 페스티벌’열어
경상북도는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과 함께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경주 일원에서 ‘2025 국제 퓨어 뮤직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국내외 인디 음악가 공연 기회 제공과 지역 음악의 국제 진출 지원을 위한 취지로 마련된 이번 페스티벌은 관객 참여를 유도하고, 성공적 행사 추진을 위해 ... -
통영시립도서관,‘누리호와 우주선’정화영 작가와의 만남 개최
통영시 통영시립도서관은 경남대표도서관에서 주관하는 '2025년 북돋움 축제'공모사업에 선정, 오는 9월 6일 오후 2시 어린이 특강 '정화영 작가와의 만남'을 개최한다. 북돋움 축제는 도민의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경남대표도서관에서 지원하는 공모사업으로, 올해는 통영시립도서관과 함안군립칠암도서관이 함께 ... -
통영시, 2025년 을지연습 강평보고회 개최
통영시는 26일 통영시청 제1청사 강당에서 천영기 통영시장을 비롯해 하승완 육군 8358부대 2대대장, 통영구치소·한국전력공사통지사 등 유관기관장, 실국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5년 을지연습 강평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보고회는 김진환 시민안전과장의 보고로 주요 연습결과, 문제점 및 개선방... -
정읍시, 내수면 양식장 찾아 ‘어류 이동병원’ 운영…질병 사전 차단
정읍시는 26일 내수면 양식장 90여 곳을 찾아 ‘어류 이동병원’ 현장 진료를 진행하며 민물고기 어병의 사전 예방과 확산 방지에 나섰다. 입·출하기에 맞춘 선제 대응으로 양식 현장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취지다. 이번 진료는 전북도 수산물안전센터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관련 공무원과 공수산질병관리사 등 전문... -
통영시, 욕지 학교 살리기 사업 첫 결실을 맺다
통영시는 해마다 계속되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해 폐교 위기에 놓인 욕지 초·중학교를 위해 추진 중인 ‘욕지도 자녀동반 전입세대를 위한 빈집 리모델링 등 주거지원 사업’결과, 대구에서 첫 번째 가족이 지난 22일 정식 입주했다. 이번에 욕지도로 이사한 김*탁 씨 가족은 전체 다섯 명 중 초등학생 2명이 포함돼, ... -
고령군 2025년 우곡면 노인회 정기총회 개최
우곡면 노인회는 08월 26일 11:00 우곡면분회 2층 회의실에서 각 마을 노인회 회장·총무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에는 이남철 군수 및 관내 기관장들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었다. 총회는 1부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내빈소개, 노인강령 낭독, 회장 인사, 내빈 축사로 진행됐으...